레이캬비크가 서울보다 따뜻한 1월: 위도가 겨울을 결정하지 않는 이유
2026년 9월 26일 · 읽는 데 약 7분
레이캬비크 1월 평균
영하 1.5도 · 북위 64.1도
서울 1월 평균
영하 1.9도 · 북위 37.6도
서울보다 북쪽인데 더 따뜻한 수도
24곳 중 22곳
서울 연교차
38.7도 · 53개국 중 6위
이름이 얼음인 나라가 서울보다 따뜻하다
레이캬비크는 북위 64.1도에 있다. 서울보다 26.6도 북쪽, 북극권까지 300km 남짓 남은 자리다. 그런데 1월 평균기온은 레이캬비크가 영하 1.5도, 서울이 영하 1.9도다. 이름에 얼음이 들어간 나라의 수도가 서울보다 따뜻하다.
우연히 걸린 한 쌍이 아니다. 이 사이트가 다루는 53개국 수도 가운데 서울보다 북쪽에 있는 곳은 24곳인데, 그중 22곳이 1월에 서울보다 따뜻하다. 서울보다 추운 곳은 오타와와 평양 둘뿐이다. 방향을 뒤집으면 더 분명해진다. 서울보다 남쪽에 있는 28개 수도 중 1월에 서울보다 추운 곳은 단 하나도 없다.
아래 숫자는 모두 각국 수도 좌표에서 측정한 월평균이지 국토 전체의 평균이 아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는 마지막 절에서 따로 다룬다.
서울보다 북쪽, 그런데 더 따뜻한 22개 수도
가장 큰 무리는 대서양에 면한 유럽이다. 더블린 5.3도, 런던 4.2도, 파리 4.1도, 암스테르담 3.8도, 베를린 2.4도, 바르샤바 2.1도, 빈 1.7도, 스톡홀름 영하 0.9도, 레이캬비크 영하 1.5도. 위도가 올라갈수록 추워지긴 하는데 기울기가 아주 완만하다. 더블린에서 레이캬비크까지 위도 11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기온은 6.8도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11도를 서울 기준으로 내려오면 계절이 통째로 바뀐다.
남유럽으로 내려오면 격차가 커진다. 서울과 위도가 거의 같은 리스본(38.7도)과 아테네(38.0도)는 1월 평균이 각각 13.2도와 11.2도다. 서울보다 15.1도, 13.1도 높다. 로마 10.2도, 티라나 9.7도, 마드리드 7.1도, 안도라라베야 4.5도, 부다페스트 2.8도, 베른 1.4도가 그 사이를 메운다.
유럽 밖에도 다섯 곳이 있다. 트빌리시 4.9도, 앙카라 4.1도, 타슈켄트 1.4도, 그리고 베이징 영하 1.4도와 워싱턴 D.C. 영하 1.5도다. 뒤의 두 곳은 서울보다 북쪽인데도 겨우 0.5도, 0.4도 차이로 앞선다. 이 미세한 간격이 다음 절의 실마리다.
위도가 아니라 대륙의 어느 쪽에 있느냐
1월 평균이 서울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도를 모아 놓으면 목록이 짧다. 오타와, 평양, 서울, 워싱턴 D.C., 베이징. 오타와를 빼면 전부 거대한 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 있는 도시들이다. 반대로 서울보다 한참 북쪽인데 따뜻한 수도들은 예외 없이 대륙 서안에 있거나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이건 기온 숫자만 들여다봐서는 나오지 않는 설명이다. 겨울철 유라시아 내륙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라는 거대한 찬 공기 덩어리가 자리를 잡고, 여기서 빠져나온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대륙 동안을 따라 한반도와 중국 동부로 내려온다. 북미 동부도 같은 구조로 내륙의 찬 공기를 받는다. 반면 서유럽과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 해류가 열대에서 끌어올린 따뜻한 바닷물 위를 지나온 편서풍을 맞는다. 같은 위도라도 바람이 어디를 거쳐 오느냐가 갈리는 것이다.
그래서 위도로 겨울 추위를 가늠하는 습관은 유럽 안에서는 대체로 통하지만 한국·중국 동부·미국 동부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 서울의 1월이 유독 춥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서울이 남쪽에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여름까지 넣고 보면 격차는 반대로 벌어진다
서울의 연교차 — 가장 더운 달의 최고기온에서 가장 추운 달의 최저기온을 뺀 값 — 는 38.7도로, 53개국 중 6위다. 위에는 오타와 42.2도, 타슈켄트 41.6도, 평양 39.0도, 테헤란 38.9도, 베이징 38.7도가 있을 뿐이다. 한국을 온화한 사계절의 나라로 묶어 두기에는 꽤 극단적인 자리다.
레이캬비크와 나란히 놓으면 선명해진다. 레이캬비크의 연교차는 17.8도로 서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1월에는 레이캬비크가 0.4도 따뜻하지만, 7월 평균은 서울 28.4도 대 레이캬비크 11.7도로 16.7도가 벌어진다. 두 도시는 추위의 깊이가 아니라 한 해가 움직이는 폭에서 갈린다.
정반대 끝에는 자카르타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연교차는 7.6도로 이 데이터셋에서 가장 작다. 1년 내내 같은 옷을 입어도 되는 곳과 반년마다 옷장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곳의 차이가 이 한 숫자에 담긴다.
12월·1월·2월이 모두 따뜻하고 건조한 곳
한국 겨울을 피해 나가려는 목적이라면 한 달만 맞아서는 부족하다. 세 달 모두 월평균 18~27도이면서 월 강수량이 150mm 아래인 나라를 추리면 53개국 중 여덟 곳이 남는다.
남반구가 다섯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12·1·2월이 25.8도, 25.7도, 25.9도로 거의 움직이지 않고, 몬테비데오가 22.8·22.2·24.0도로 뒤를 잇는다. 산티아고는 21.8·23.8·23.9도에 세 달 강수량 합계가 3mm로 사실상 비가 오지 않는다. 리마 19.8·21.7·23.5도, 캔버라 19.1·21.1·20.6도가 조금 더 선선한 쪽이다. 나머지 셋은 북반구인데도 겨울이 따뜻한 지역이다. 도하 21.2·18.3·18.9도, 아부다비 23.0·20.2·21.7도, 산토도밍고 24.7·24.7·24.8도.
조건을 한 달로 풀면 후보가 넓어진다. 1월 하나만 보면 열 곳, 12월도 열 곳이 기준을 통과한다. 방콕·프놈펜·하노이처럼 특정 달에만 걸리는 곳들이 여기서 들어온다. 세 달 연속을 요구한 건 장기 체류나 연말연시를 낀 일정을 염두에 둔 기준이고, 2주짜리 여행이라면 달별로 다시 보는 편이 낫다.
이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지점
모든 기온은 수도 좌표 한 점에서 나온 값이다. 국토가 넓을수록 이 값이 나라를 대표하지 못한다. 호주의 1월 21.1도는 캔버라지 케언스가 아니고, 미국의 영하 1.5도는 워싱턴 D.C.지 마이애미가 아니다. 칠레는 남북으로 4,000km가 넘게 뻗어 있어 산티아고 하나로 묶는 것 자체가 무리다. 반대로 한국이나 아이슬란드처럼 작은 나라에서는 수도값이 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따뜻하다는 것이 지내기 좋다는 뜻은 아니다. 1월 초 레이캬비크의 낮 길이는 4~5시간 남짓이고, 서울은 9시간 반쯤 된다. 기온만 보면 레이캬비크가 앞서지만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절반도 안 된다. 바람과 흐린 날 수까지 넣으면 두 도시의 1월은 숫자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다르다. 이 리포트가 다루는 건 기온이라는 한 축뿐이다.
각 나라의 12개월 기온과 강수량은 국가 상세 페이지에서 월별로 볼 수 있고, 비교 페이지에서는 한국과 나란히 놓고 확인할 수 있다.
이 리포트에 등장한 나라
출처
- Open-Meteo Historical Weather API — monthly temperature and precipitation normals — 2026-08 기준
- Wikidata — capital city coordinates — 2026-08 기준
- Wikipedia — Siberian High — 2026-09 기준
- Wikipedia — North Atlantic Current — 2026-09 기준
- timeanddate.com — Sunrise and sunset times, Reykjavík — 2026-09 기준
- timeanddate.com — Sunrise and sunset times, Seoul — 2026-09 기준